-
문화생활의 얄팍함에 대해서잡담 2025. 4. 22. 18:59
문화가 자연스럽지 않은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문화생활이란 무엇일까?
처음 부모님이 아닌 독립적으로 시작한 문화생활은 극장에 가는 것이였다. 친구를 만나면 무조건 영화관을 가는 것이였고 그 때 인정사정 볼것없다를 처음 보았다. 미술학원 친구들과 함께한 첫 문화생활이였다. 그러나 그런 과정에서 영화이상의 문화생활을 하는 것은 어려웠다. 미술관을 간다거나 공연을 보는 것은 매우 드문일이였다. 물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알바는 전시관지키미였는데 돈을 매우 많이 받았더 것 같다. 그렇게 대학생활을 하던 중 무슨 일로 밀레의 작품을 볼 일이 있었는데 그 전시는 꼭 봐야한다며 친구들을 이끌고 가는 한 친구를 의아하게 생각했다. 누군가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는 나의 성격적 특성으로 가게되었지만 자아가 좀더 강했다면 가지 않았을 것 같다. 그렇게 처음 밀레의 만종을 보았다. 그리고 그때의 충격은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미술책 속 손가락크기로 인쇄된 이미지를 보다가 액자에 담긴 거대한 작품이 주는 압도적 감동은 나의 마음을 충분히 움직였다. 그림너머 간절한 여인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설명을 듣지않아도 그 시대를 알지못해도 알 수 있는 큰 울림이 있었다. 그러나 학교 과제와 공부를 더 해야한다는 부담감에 전시회를 간다거나 공연을 보는 일은 없었다. 가끔 소개팅 장소를 갤러리에서 하는 정도로 앏팍한 문화생활을 했다. 전공 특성상 주위에 일러스트레이터, 제품디자이너, 건축가, 화가 등이 있었지만 적극적인 초대가 아닌이상 언제나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급급한 삶을 살았다. 그러다가 화가를 하는 선배의 부탁으로 미술학원 운영을 도왔고 더 이상 갤러리의 횡포를 견디지 못하겠다며 나에게 갤러리를 운영하라고 했다. 그렇게 얼떨결에 갤러리를 시작하여 매달 2개이상의 전시를 운영했다. 6개월치의 전시를 준비하고 작가를 섭외하고 포스터를 만들고 홍보를 하고 오프닝파티를 열었다. 너무 어렵고 힘들었다. 그러나 즐겁고 행복했다. 그리고 공모를 통한 작가지원 프로그램을 알게되고 그런 일을 주로하는 기획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단순한 전시를 넘어서 좀더 의미있는 전시와 작가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전시들이 생겨서 힘든지 모르고 일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작품이 주는 눈에 보이지 않는 효용가치와 삶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볼 때 우리사회는 아직 성장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주변에 다양한 예술전공생들과는 확연히 다른 문화생활을 하였고 나 역시 공연을 보는 것은 조금 낯설다. 그리고 꽤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일이다. 뭐랄까 아직 거기에 가치를 두고 돈을 쓰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 것 같다. 그 돈으로 차라리 미술작품을 사야겠다는 선택을 하고싶은 것. 아비투스를 가지고 문화생활을 하기에 나의 문화자본은 아주 초라한 것 같다. 공짜로 갤러리를 다니며 좋은 작품을 누리는 것에 만족하는 상태이기때문일지도 모르겠다.'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잔잔한 바다에서는 유능한 뱃사공은 나올 수 없다 (0) 2025.04.21 사고싶은 물건 리스트...마케팅에 휘둘리지않는 나의 취향에 대해서 (0) 2025.04.03 나의 취향-지적인 사람에 대한 매력 (0) 2025.04.02 루브르박물관 관람팁 (0) 2024.12.07 기대되는 전시 : 미학도시 (0) 2024.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