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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바빴던 부모님의 부재 가운데 너무 심심했던 시간들을 책읽기에 빠져 보냈던 적이 있었다. 넘쳐나는게 책이였고 동화책부터 한국문학까지 종류별로 책들이 꽂혀있었다. 그러면 구석 이불더미에 들어가 읽던 책을 또 읽고 또 읽었다. 그래서 초등학교때까지 글쓰기는 어려운 문제는 아니였던 것 같다. 수능으로 입시가 바뀌고 제일 자신있던 과목도 언어영역이였다. 그러나 미대를 가고 졸업 후 디자인회사에 들어가 정신없이 몰아치는 공모전 마감을 지키기위해 밤을 새우기 일쑤였고 아직 일을 할 줄 모르는 신입은 반복되는 짜투리 일만했다. 삶의 여유, 저녁이 있는 삶, 주말이 있는 삶은 없었다. 조정래의 태백산맥문학관설계를 할 때였는데 작가님이 직접 방문하시기도 했고 댁에 찾아가 인터뷰를 하기도 했는데 꼭 물어보시는게 태백산맥을 다 읽었냐는 것이다. 잠잘 시간도 없는데....언제 책을 읽어요???? 입밖으로 나오는 마음의 소리를 대신해 미소를 지었다. 그때의 작가님 눈빛이란....시간이 꽤 흘러 준공되고도 한참 뒤 보성에 여행을 갔다가 태백산맥문학관이 있어 방문했는데 10권의 책을 필사한 팬들의 원고가 엄청나게 전시되어있었다. 태백산맥은 단순히 읽기만해서는 안되는 책이였다는 것을 10여년이 지나서 알게되었으니 읽지도 않은 나를 얼마나 어의없게 생각하셨을지 돌이켜보면 참 죄송하다. 그 당시 며느리들도 10권의 책을 필사했다는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말이다.
그렇다. 나는 책을 놓은지 언 20여년이 다 되어간다. 미친듯이 열심히 입시 공부하고 들어간 대학에서는 이제부터 놀아야지 마음먹고 책과는 담을 쌓았다. 물론 지금에서 타인을 보면 우물안의 열심이였음을 안다. 아무튼 이문열의 삼국지와 해리포러는 단숨에 읽어갔던 나의 과거와 안녕을 고했고 자녀를 키우면서 재미있는 동화책들을 읽어주면서 나의 언어나이는 단숨에 7세가 된 것 같다. 스스로 글을 읽기시작하는 자녀들에게 더 이상 책을 읽어주지 않았고 몇년을 동화책만 읽었으니 나의 문장력과 문해력은 어린이와 같은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매일 글을 써야하는 상황에 마주하게 된것이다. 문장 한 줄 단어하나가 기억이 안나고 주제에 맞는 단어의 선택은 나의 수준을 고스란히 보여주는듯하여 이 나이에 벌거벗긴 느낌이다. 글쓰기에 대한 책을 사서 읽어야하나 제 수준에 맞는 책을 읽으며 다시 시작해야하나 너무 당황스럽다. 200자되는 글을 하루종일 쓰고 있자니 나의 무능력함을 마주하는게 싫고 좌절감을 느낀다. 이러한 감정들을 남기고자 다시 블로그를 시작하고 혹자의 말처럼 매일매일 그냥, 잘 말고, 계속 해보면 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에 첫글을 남겨본다.
40에 시작하는 글쓰기.....요이땅!!!!